그냥 영화를 좋아하니까 필름 모티브의 카드지갑 도안을 봤을 때 반가웠다. 그래서 필요했던 코바늘 도구통을 도안을 응용해서 떴다. 심지어 단추구멍도 대충 만들고 단추를 달았다. 단추구멍 만드는 건 아무도 안 가르쳐줬는데.. 뿌듯하도다. 필름 모양 뜰 때 약간의 어긋남이 있어서 약간 일그러진 필름 모양이 되었지만 대충 보면 얼추 필름 같아보인다.
얼마 전에 〈클로즈 유어 아이즈〉라는 영화를 봤는데 엄청난 예술영화였다. 좋으면서도 약간 거리 두기 하고 싶어지는 류의 영화였다는 뜻이다.
영화에 대한 영화는 늘 가장 좋아하는 것이지만, 또 너무 거창한 건 별로 안 좋아해서리.. 점점 거창한 예술 옹호 예술은 미묘하게 거리 두게 된다. 또 예술에 너무 큰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클로즈 유어 아이즈〉에서 조금 못 참겠던 것은.. 스포인가.. 하여간 결말에 자신의 영화로 뭔가 바뀔 수 있다는 바람으로 다같이 영화를 보는 장면이었는데.. 그렇게까지 못 참을 만한 장면은 아니긴 했지만 감독의 자의식이랄지 그런 것에 의문을 품게 되는 장면이었다. 만약 나라면.. 그렇게 했을까 그런 생각도 하고..
근데 아마 그런 믿음이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 영화를 만들고 그것이 예술로 사람들에게 이야기되게 하는 것이겠지요 그런 생각도 든다.
이 필름코바늘도구통을 만들면서는 미야케 쇼 감독의 (봤던) 영화를 봤다. 최근에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떠올리면.. 늘.. 떠올린다..
코바늘을 막 뜨다가 울면서 봤다. 휴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였어.. 처음에는 슬퍼서 눈물이 나는 줄 알았는데 슬픈 장면이 아니라 뭔가.. 행복한 장면이었다. 그것을 깨달으니 갑자기 기분이 후련해져서 더 울었다.
작년에 자주 한 생각은 예술가가 따로 있나 그런 생각이었다. 그게 막 케이팝도 예술이지, 대중음악도 예술이고, 넷플릭스 시리즈도 예술이고, 그런 의미가 아니라, 뭔가 멋지고 아름답고 대단한 걸 만드는 사람들만이 예술가인 것은 아니다 그런 생각을 했다. 그냥.. 적당히 생각하면서 움직이고 정직하게 살면 그냥 다 예술가 맞으세요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생각을 하고 살아야 된다.
이 글에서 언급된 영화 : 〈클로즈 유어 아이즈〉 (빅토르 에리세, 2023),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미야케 쇼,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