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둔한 바늘이라고 이름을 지었냐 하면..

바늘은 날카롭고 뾰족한 것으로 나는 인식하는데 코바늘은 좀 둔하다. 코바늘을 손에 쥐고 주머니에 넣고 돌아다녀도 피가 날 리는 없다. 그래도 힘껏 빠른 속도로 펀치 기계를 때리 듯이 찔러 넣으면 어디든 찔러지긴 할 것이다. 지하철에서 코바늘을 쥐고 있을 때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위협이 되지 않는 둔한 바늘로도 피를 낼 수가 있겠구나.. 이것만 말하면 나는 그냥 위험분자인데..

둔한 바늘에는 다른 의미가 있기도 하다. 나는 날카롭게 할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못된다. 늘 두루뭉술하게. 그것도 모자라서 말하지 않기를 택해 버리는 무책임한 사람이다. 코바늘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코바늘로 글씨를 써야지 했다. 왜? 할말이 있으면 그냥 말로 하지 왜.

하여간에 코바늘로 하고 싶은 말을 고르고 둔하게, 느릿하게, 한땀한땀 글씨를 쓰고 있으면 이것이 나의 속도구나 싶다. 날카롭고 민첩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전해보겠다. 둔한 바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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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웹사이트 자체가 한땀한땀(one-stitch, one-stitch) 어설프게 짜였다. 하드코딩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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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블로그에 하면 될 것을 유난이야~

‘새로운 질서’라는 컴퓨터 언어 교양 강의에 관심을 생겨서, 이 수업의 근간이 되는 교양 서적을 읽게 됐다. 웹상의 페이지를 구축하는 것에 대한 교양 서적이었고, 흥미로웠다. 수많은 블로그 서비스, 노션, SNS까지, 무엇이든 기록할 수 있고 접근성도 좋은 웹 서비스가 많은데 왜 나의 웹페이지를 만들어야 하지? 시작하게 된 마음은 그냥 허세고 유난이 사실은 맞긴 한데. (^.^)>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는 내 웹페이지를 웹상에 만드는 것. 닻(Anchor,a태그)을 내리는 것. 내가 웹상에 표현하고 싶은 것을 페이지로 구조화하고 작성해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무엇을 웹페이지로 만들어야 할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막연한 흥미만 있었는데, 얼마 전 중독되어버린 코바늘에 대한 것을 웹페이지로 기록해 보고자 마음 먹게 되었다. 한해의 의미있는 마무리가 되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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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웹페이지는 그날그날의 뜨개 기록과 프로젝트별 뜨개 기록을 확인할 수 있게끔 구조화했다.

물론 그 모든 것은 수동이다. 챗지피티는 쓸 줄 모른다..